일상/독서

그림의 무의식 - 오늘은

jeonjoy 2023. 6. 9. 11:44

<불안연구소 오늘은>의 소장 정은경 작가의 책.

그림의 무의식

 

이 책은 부산에 다녀갔다가 알게된 독립서점 샵메이커즈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가져온 책이다.

첫눈에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유명한 작품을들 정신분석적으로 해석하여 독자가 '아 이렇게 작품을 해석할 수 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이드 같은 책이다.

지식 섭취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 어떤 책보다 매력적이고 두껍지 않아 가벼워서, 스낵처럼 읽을 요량으로 데려와 금방 다 읽었다.

기억에 남는 구절

데이비드 호크니, <예술가의 초상>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을 해석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 보면 뭐 이런 그림이 있나 싶었는데, 이 작품을 나르시시즘에 빗대어 해석하니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림 속 왼쪽 인물은 호크니이고, 오른쪽 왼쪽 인물을 바라보는 서 있는 사람이 호크니의 연인 피터 슐레진저라고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제목은 <예술가의 초상> 이다.

호크니의 작품 속 오른쪽 인물은 애인인 왼쪽 인물을 바라보지만 고개만 숙인 채 다가가지 않고, 수영을 하는 인물은 오른쪽 인물을 향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물 속에 있다.

초상이란 결국 거울처럼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나르시즘의 원조가 된 나르시스트이자 그리스 신화의 인물 나르키소스는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물 속의 자기 모습을 영원히 바라보다 죽음에 이른다.

여기서 기원한 나르시즘에는 1차와 2차가 존재하는데, 1차는 자아가 형성되기 전의 자기애이자, 스스로 먹이를 찾지 못하는 무원 상태의 아기가 아기의 생존에 필수적인 젖을 주는 어머니, 즉 절대자인 어머니를 한 몸이라 느끼고 절대자가 사랑하는 자신을 전능한 자리에 놓으며 스스로를 이상화 시키는 단계이다. 여기서 자아가 이와 같은 일차적 나르시시즘으로 퇴행하면, 자아는 대상과 동일시하여 하나가 되기 때문에 자아는 상실되고 자신을 포기하여 자살에 이른다.

2차적 나르시즘은 언제나 자기에 대한 사랑을 남겨두고 대상을 사랑하는 우리가, 대상을 상실했을 때 리비도(성에 관한 욕구)를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집결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를 테면 애인이 나를 떠나면, 너가 어딜 가서 나같은 사람을 만나냐? 너는 눈이 삐었구나! 라고 생각하며 자기애를 회복하는 행위를 작가는 예로 들었다.

<원문의 내용>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은, 즉 2차적 나르시시즘에 해당한다. 오른쪽 인물이 1차적 나르시시즘에 머물러 물 속으로 들어갔다면 그는 죽음을 맞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대상에 대한 사랑도,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도 잃지 않았기 때문에 물 앞에서 망설이며 자기애를 회복하려 하고 그로 인해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해석을 보고 나니 작품이 재밌어졌다. 그리고 구석구석 흥미로운 점들을 찾아보게 된다. 예술 작품은 때로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런 해석을 통한 다른 사람의 시선과 생각으로 작품을 보니 그 작품이 재밌어 진다.

전시회를 가거든 도슨트를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짧지만 즐겁게 읽은, 그리고 또 새로운 관점을 배우게 된 책이다. 이 글로하여금 내용에 흥미가 생겼다면,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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